2013년 2월 5일 화요일

1:10:100 rule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꼭 알아야 할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1:10:100 rule"이다.

성숙한 개발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전 직원들이 진정으로 그 의미를 알고 있고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 임직원들은 그 의미를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단어의 의미로만 알고 있고 진정으로 깨우치고 있지는 못하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발생하는 많은 비효율과 문제들이 바로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 1:10:100 rule을 설명한 그래프가 아래에 있다.



요구사항이 스펙을 작성하면서 바뀌면 "1"이라는 비용이 들지만 고객에게 전달된 다음에 바뀌면 "368"배의 비용이 들어간다.
요구사항이든 설계든 한단계 뒤에서 고치게 될 경우 2~5배의 비용이 들어가서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은 기하급수로 증가를 한다.

따라서 기획이 제대로 되어야 하고 분석 설계가 적절하게 잘되어야 하며 한창 개발중에 기획이 바뀌거나 요구사항이 바뀌면 그 수정 비용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야 한다.

말은 쉽지만 이를 진정으로 꺠닫고 실천하는 회사나 개발자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개발자들은 기획에서 정확한 요구사항을 주지 않는 다거나 나중에 요구사항을 바꾼다고 불평이 많다. 하지만 많은 경우 불평은 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이 그러니 분석,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개발하다가 나중에 바꿔달라고 하면 또 대충 받아들여서 개발하고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곤 한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론이 나오기도 하고 최근에는 Agile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런 방법론이나 기법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공법외에는 방법이 없다. 기획을 제대로 하고 분석 설계를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모든 관련자가 책임을 지고 검토를 해서 문제가 없게 해야 하면 나중에 딴소리를 하거나 바꿔달라고 하면 안된다. 정말 중요한 변경 요청이 아니면 다음 버전으로 미루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전 임직원이 1:10:100 rule을 진정으로 깨닫고 있다면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1월 30일 수요일

티끌모아 태산 (개발 시간 절약하기)

성숙된 개발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개발 절차가 아주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시간이 아주 많다. 10초에서 몇십분까지 자잘한 시간을 낭비해서 이것들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낭비된다.

시간을 꼭 사용해야 할 중요한 곳에는 아끼지 말고 시간을 써야 한다. 하지만 자동화를 하거나 시스템이 커버를 할 수 있는데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고 있거나 과도한 안전장치를 갖춘 프로세스로 인해서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정말로 많다.

10초, 1분이라고 별것 아닐 것 같은 시간이 모이면 생산성은 10%, 20%, 50% 떨어지게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10초, 1분씩 낭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제거해 나가면서 개발을 지속적으로 효율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마다 여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10초라도 낭비하면 아까운 시간들이다.

  • 빌드가 완전 자동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소스코드를 빌드할 때마다 약간이나마 중간에 수작업이 들어가는 시간 - 빌드는 완전 자동화를 구현해야 한다. 당연히 Command line으로 빌드가 되어야 하고 한번의 Enter로 최종 설치본까지 생성이 되어야 한다.
  • 이슈(버그)관리시스템을 잘 관리해보고자 너무 많은 커스텀필드를 넣어서 이슈(버그)를 등록할 때마다 몇초씩 더 걸리는 시간 - 적당한 커스트마이징은 필요하지만 과도함은 삼가해야 한다.
  • 이슈관리시스템이 있는데 보고나 관리를 위해서 별도의 자료를 만드는 시간 - 이슈관리시스템을 이용하면 원하는 View로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관리자도 보고를 기다리지말고 직접 이슈관리시스템을 봐야 한다.
  • 여러벌의 Branch에 같이 존재하는 버그를 동시에 고치기 위해서 수작업을 할 때 - SCM의 Merge기능을 믿지 못하거나 기능을 활용할 줄 몰라서 수동으로 Merge를 하는 행위는 정말 시간 낭비이다.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SCM의 Merge기능은 막강하고 99.9% 믿을만하다. 수작업이 아니고 최종적인 확인 정도만 해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개발자들의 주간 보고서 작성하기 - 이부분은 약간 논란의 이슈가 있다. 정말 간단한 주간보고서는 큰 무리가 없지만 부담스러울 정도의 주간보고서는 개발자들이 작성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발자들의 업무 기록은 이슈관리시스템 등에 다 남아 있다. 관리자는 개발자를 괴롭히지 말고 스스로 시스템을 보면 된다. 물론 기반시스템들이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코딩시 일반 업무시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음 무궁무진하다. 이런 시간을 꾸준히 찾아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재택근무가 가능한가?

우리 주변에는 비효율적인 개발 환경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매우 많다. 상상외로 많다. 

스스로의 회사는 어떤가 생각해 보자. 나름대로 효율적인 개발문화를 가지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그래서 과연 우리회사가 제대로 효율적인 개발문화와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렇게 비교를 해보자. 당장 우리 회사의 개발자들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일주일에 딱 하루만 회사에 나와서 필요한 회의를 한다면...

대부분은 그렇게 해서는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먼 것이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효율적인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갖추고 개발 역량과 성숙한 개발문화를 갖추고 있다면 얼굴보고 해야 할 일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일주일에 몇시간이면 충분하다.

일단 회의가 너무 많은가? 회의는 정말 비효율적이다. 꼭 필요한 회의가 아니면 대부분의 회의는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많은 인원의 시간을 한꺼번에 소비한다. 대분은 시스템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개발할 때마다 얼굴을 보고 설명을 해줘야 하는가? 주먹구구식 개발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효율적으로 작성된 SRS가 있다면 설명해줘야 하는 시간은 수십분의 일로 줄어든다. 줄어들어야 제대로 작성된 SRS이다.

수시로 물어봐야 해서 항상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하는가? 성숙한 개발 환경에서는 프로세스, 시스템, 문서등이 이를 대신한다. 

실제 이런 경험이 있는 않은 경우라면 즉, 기존의 적당한 주먹구구와 공력에 의해 개발을 했거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적용해서 나쁜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이렇게 개발하는 것이 더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냐고 반문을 하곤한다. 그렇게 하려면 문서를 너무 많이 적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오히려 더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닌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책이나 인터넷을 보고 프로세스를 따라한 부작용이기도 하다. 태권도장에 가서 직접 태권도를 배우면 금방 되는 것이 책을 보고 배우면 대부분은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프로세스, 시스템, 문서 모든 것은 개발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이상 이하여서도 안된다. 이는 제대로된 경험으로만 터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경험자나 전문가의 가이드가 필요한 것이다.

나름대로 개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경우라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제 효율적인 개발에 한발을 내딪였을 뿐이다.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개발자, 회사의 과거인가 미래인가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면서 서로 상반된 2가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과거의 가치’이고
두 번째는 ‘미래의 가치’이다.

나는 과거의 개발자일까? 미래의 개발자일까?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료나 경영진에게 내가 퇴사를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내가 퇴사를 하면 과거에 개발해 놓은 제품들을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면 ‘과거의 개발자’에 가깝다.

반대로 내가 퇴사를 하면 과거에 개발해 놓은 제품들은 문제가 없는데 미래에 개발할 제품은 누가 개발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미래의 개발자’라고 볼 수 있다.

회사나 개발자 입장에서 권장되는 개발자 타입은 미래 가치를 많이 지닌 “미래의 개발자”이다. 미래의 개발자가 지금은 가치가 적은데 미래에 가치가 높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래에 가치가 더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과거의 가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개발자’는 본인이 아니면 유지보수가 어렵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놓았고, 대부분의 지식이 머리 속에 있기 때문에 동료나 신입개발자와 지식을 공유하기 어렵다. 본인이 의도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과거에 만들어 놓은 소프트웨어를 인질삼아 회사와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이런 개발자가 퇴사를 한다고 회사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게든 많게든 타격을 입게 되고 심한 경우 회사는 퇴락의 길을 걷기도 한다. 따라서 회사는 이런 개발자에게 질질 끌려 다니곤 한다. 이런 상태의 개발자는 스스로도 상황의 피해자일 뿐이다.

미래의 가치를 가진 ‘미래의 개발자’는 자신이 과거에 만들어 놓은 소프트웨어들은 후배들이 유지보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개발 과정에서 적절히 문서화를 해 놓았고, 아키텍처를 깨끗하게 만들었으며 모든 이슈는 이슈관리시스템에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그리고 Peer review를 통해서 이미 많은 지식을 동료들과 공유를 한 상태다.

이런 합리적인 개발 과정을 통해서 본인은 분석, 설계 능력이 꾸준히 향상되어 왔으며, 회사도 성장에 걸맞게 프로세스와 개발문화가 발전되어 왔다. 유지보수에 허덕이지 않으므로 신기술에 대한 연구에 소홀하지 않아서 미래에는 과거 제품들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과거의 엄청난 폭풍 코딩을 통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낸 ‘과거의 개발자’가 영웅처럼 보이지만 미래의 가치를 지닌 ‘미래의 개발자’가 진정한 영웅이다.

필자는 대기업부터 작은 소기업까지 여러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면서 개발자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서 강연이나 세미나를 많이 한다. 그럴 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오늘 회사를 그만둬도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오늘 회사를 그만두면 회사가 당장 큰 일 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이 두 가지 질문 중에서 두 번째 질문에 손을 드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특히 주변에 특정인을 가리키며 손을 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십중팔구 ‘과거의 개발자’이다.

과거에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해냈지만 대부분은 유지보수에 치여 본인도 발전 못하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이다. 수많은 문제와 이슈는 본인만 알고 있어서 수시로 불려 다니고 정작 본인은 개발할 시간이 없고 발전도 어렵다.

물론 ‘과거의 개발자’양산이 개발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로세스, 시스템이 열악한 상태에서 전적으로 개발자의 내공에 의존을 하기 때문에 개발자도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개발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과거의 개발자’가 주도하는 회사는 엄청난 개발자 Risk를 안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개발자가 많지만 이들이 한두 명만 나가도 회사가 휘청대며, 유지보수에 발목을 잡혀서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많다.

회사는 개발자가 개발에 전념할 수 있고 개발 과정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개발자 경력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세스와 기반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개발문화 구축에 제도적인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개발자 내공에 의존하는 개발이 아닌 시스템에 의존한 개발이 되어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야 개발자가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다.

그래야 개발자도 행복하게 개발을 할 수 있고 회사도 개발자 Risk가 줄어든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개발자는 신참때는 주로 코딩을 하지만 고참이 되어 갈수록 설계, 분석에 집중하고 문서를 통한 협업에 능숙해진다. 이런 방법이 개발자와 회사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다.

여전히 개발자의 내공에 의존한 개발 환경을 가진 회사에서 유지보수에 허덕인다고 개발자를 탓하지는 말자. 지금이라도 ‘미래의 개발자’를 위한 환경에 대해서 고민해보자.

책에도 다 있고 이론은 많지만 현실에서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이론으로는 배울 수 없고 경험에 의해서 밖에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책과 이론은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다.


이 글은 Tech it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전지전능한 슈퍼 개발자의 역설

필자는 여러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많은 개발자를 만난다. 그러면 보통 회사에 한두명씩 전지전능한 슈퍼 개발자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은 코딩, 설계, 분석, 테스트, 기획, 고객 전화응대, 고객 지원, 프로젝트 관리, 일반관리, 전략 수립 등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다. 직책은 대부분 팀장이다.

여러분의 회사에도 이런 개발자가 한두명씩은 있을 것이다. 이들이 여러분의 롤모델인가? “나도 그런 전지전능한 개발자가 되어야지”라는 다짐을 하는가? 아니면 혹시 여러분이 이런 전지전능한 개발자인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개발자가 One man company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발자가 수백명이 넘는 회사에서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런 회사에서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모든 기술적인 이슈도 이 전지전능한 개발자를 통해야 해결이 된다. 이 전지전능한 개발자가 모든 기술과 정보를 꽤 뚫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해주고 회사는 그럭저럭 굴러간다. 이 개발자가 나가면 회사는 망할 것만 같다.

이런 현상이 좋아보이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도 회사는 인력적으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고 뛰어난 개발자를 가장 가치 있는 일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개발자는 본인이 선택을 해서 그런 위치가 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성장과정에서 적당한 때 조직을 전문화하고 변화를 꾀했어야 하는데 그냥 달려만 오다보니 능력이 좋은 개발자가 이거 저거 다 떠 안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좀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면 본인 역량 면으로도, 미래 가치면으로도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왔겠지만, 지금은 회사의 맥가이버가 된 상황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다른 회사로 가면 지금의 가치는 대부분 사라지고 만다. 개발자 본인에게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어떤 사람도 서로 완전히 다른 Skill set들을 필요로 하는 일들을 동시에 다 잘 수행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주 작은 회사에서나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일을 다하는 전지전능한 개발자는 그 모든 업무를 다 잘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모든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일은 주 업무인 개발을 할 시간이 확 줄어 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들은 예전에는 뛰어난 개발자였다. 하지만, 개발 이외 일들을 하나씩 떠 맡으면서 각 분야의 일들의 전문성이 점점 떨어지게 됐다. 그리고 각 일의 Switching cost가 만만치가 않다. 톰 디마르코는 몰입에는 15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화한번만 받아도 15분은 그냥 추가로 까먹는거다.

심지어는 그런 개발자에게 테스트, 고객 응대, 기술 지원까지 하라는 것은 100원주고 20원짜리 일을 시키는 것과 같다.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기획 같은 일은 전문성이 부족하여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한다.

이런 슈퍼 개발자는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에 가면 가치가 확 떨어진다. 분야가 달라지면 Domain Knowledge 관련 경쟁력을 잃고, 개발 실력도 경력에 걸맞지 않게 떨어지고 어느 것 하나 특출난게 없게 된다. 관리자가 되어야 하나 고민이 많다. 그래서 회사에 꼭 붙어 있으려고 하고, 정치를 하면서 세력을 키우고, 회사의 개혁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골치덩어리 영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회사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들이 등돌리면 회사는 휘청거린다.

이것이 개발자 탓일까? 아니면 회사 탓일까? 회사 탓이다. 회사는 개발자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훈련도 시켜줘야한다. 그런데 개발자가 맨땅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고, 회사에서는 이를 방치하다보니 이렇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은 개발자가 잘 하니 그냥 그렇게 개발자가 다 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개발자가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항상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회사가 아주 작아서 어쩔 수 없이 개발자가 여러가지 일을 겸해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조금만 커져도 개발자의 일에서 개발업무가 아닌 일을 떼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조직이 조금 커지면 테스터를 뽑고, 기술지원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좋다.

개발자 10명이 이거 저거 모든 일을 다하는 것보다. 개발자 7명에 테스터2명, 기술지원 인력 1명인 조직이 더 낫다. 개발자가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개발자 10명이서 하는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조직과 더불어 프로세스, 기반시스템, 개발문화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지만 이는 기본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조직이 분리되고 개발자가 개발에 전념을 할 수 있어야 개발이 좀더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다른 조직의 인력과 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문서도 만들어야 하고 프로세스도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반시스템도 잘 활용하게 된다.

조직이 더 커지면 분리해야 하는 역할이 점점 많아진다. 즉 조직이 세분화 된다. 이는 회사 규모에 따라서 다르니 이 일이 개발자가 해야 하는 일인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여기서 개발자의 업무를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회사에서 개발자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개발자가 잘 해낸다고 그냥 방치하면 안된다. 개발자는 개발을 잘할 때 회사의 보물이 되는 것이다. 다른 일들은 여건이 되는 대로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하자.

이 글은 Tech it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지금은 바빠서 못한다.



지금은 바빠서 못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할 것이다.

비단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런 사람들이 특징은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도 거의 대부분 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운동, 공부, 다이어트, 취미생활 등 이런 핑계를 대는 대상은 다양하다.

영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A stitch in time saves nine"

직역하면 "필요할 때 한땀이 아홉을 구한다." 

소프트웨어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한땀이 필요한 결정적인 시기들이 수없이 닥친다. 하지만 그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면 10배, 100배의 비용을 지불한다.

코딩만 보더라도 처음에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고치기에는 훨씬 많은 노력이 드는 경우가 많다. 소스코드를 너저분하게 어질러 놓거나 여기 저기 마구 복사를 해넣고 암호 같은 코드를 써 놓으면 나중에 고생을 한다. 

여기까지는 나중에 문제가 되어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지만 회사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복구를 못할 수 있다.

어떤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워낙 광범위한 이슈라서 한마디로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귀찮아해서, 또는 변화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아까워서 그냥 버텨나가곤 한다. 그리고는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될 때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회사의 프로세스, 조직, 시스템, 문화 등 적절한 시긴에 준비하고 변화해야 할 부분은 많다.

비경영자 출신의 경영자는 몰라서 실기를 하기도 하고 개발자 출신의 경영자들도 자신의 경험의 테두리에 갇혀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이 좋을 때 변화하는 것이다. 상황이 점점 안좋아지면 변화는 엄두도 못낸다. 일단 상황에 밀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밀려서 꼼짝달싹 못하기 쉽상이다. 

좋은 경영자라면 좋은 세월에 뭘 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내가 책임지고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내가 책임지고 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물론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만하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무모하더라도 추진력있게 밀고 나갈 사람이 인기가 많다.

경영자들이 이런 돌격형 인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실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경영자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알아서 개발을 해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경우 무모한 시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무모한 것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무모한 프로젝트는 일정이 제대로 예측이 안되는 상태로 밀어 붙인다.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분석, 설계 생략하고 코딩부터 진행하고, 개발 막바지까지 현재 진행률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프로젝트보다는 합리적인 일정제시와 제시된 일정에 결과가 제대로 나오는 프로젝트가 더 좋다. 그래야 비즈니스도 계획한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무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발자들은 불투명한 프로젝트 진행을 선호한다. 투명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하기도 하지만, 정보와 지식을 숨길 수록 자신들의 가치가 더 올라간다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영자는 Detail은 잘 모르고 개발자들을 쪼기만(일정 압박) 하고, 개발자들은 매일 야근에 내몰리다가 프로젝트 막바지에는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 내기 급급해진다. 물론 가끔은 일정내에 프로젝트가 끝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케팅, 영업, QA와 유기적으로 협력이 잘 안되고 혼자 달려가는 프로젝트가 되곤한다. 개발자가 개발을 끝내주면 그때부터 다른 부서는 일이 시작된다.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되므로 미리미리 준비를 하기도 어렵다.

물론 개발자는 열싱히 일을 했다. 비난을 들으면 억울할만하다. 물론 나는 개발자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영자들의 무모한 개발자를 선호하고 너무 압박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개발자는 지치고 프로젝트는 지연된다.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던 프로젝트는 커다란 매몰비용(Sunken cost)를 치뤄야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영자도 개발자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아무리 손해를 보더라도 경영자는 이런 무모한 프로젝트에 계속 후원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부작용은 개발 문화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스펙에 의해서 합리적인 일정을 제시하고 경영자는 이를 믿어줘야 한다. 처음에는 개발자들이 역량이 부족하여 나름대로 개발자들이 제시한 일정이 좀 틀릴 수도 있지만 개발자들은 최대한 합리적인 가능한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관계가 거듭되야 개발자도 역량이 향상되고 비즈니스 일정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혹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항상 일정이 너무 촉박하여 경영자는 절대로 개발자들이 제시한 일정을 따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무모하게 짧은 일정을 제시한다고 한다. 경영자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지 때문이기도 하고 개발자들이 합리적으로 일정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은 경영자와 개발자의 신뢰가 무너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는 평생을 가도 무모한 프로젝트만 진행하게 된다.

그 부작용은 개발자 사기저하, 비즈니스 일정이 꼬이고,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개발자들은 매일 야근에 고생을 하지만 일정 지연에 자주 내몰린다.

여기서 핵심은 경영자들의 이해이다. 그리고 개발자들도 제대로 된 분석, 설계 능력을 갖춰서 합리적인 개발 계획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에 그렇게 될 수는 없지만, 경영자와의 신뢰 하에서 개발자에게 꾸준히 투자를 해줘야 개발자들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올라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