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SW회사에는 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한가?

한국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이렇게 열악하고 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미천한 이유의 핵심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와는 엄청나게 다른 개발문화,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지속적으로 글로벌 개발 문화를 소개해 왔고 이제는 실제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 적용된 사례도 공유하고 있다.
이번에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꼭 필요한지 설명하려고 한다.
한국 대기업을 다니는 외국인 직원이나 외국에 있는 한국 회사에 다니는 외국인들의 한국 회사에 대한 평가는 인터넷에 많이 올라온다. '글래스도어'도 그 중에 하나고 필자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개발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었다.
좋은 얘기도 많지만, 문제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을 봐야 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한국 기업은 '군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군대식 상하 조직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데 이런 조직 문화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있어서는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까라면 까라'로 대표되는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를 가지고는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어렵사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여 세계 상위권에 올라섰다고 하더라도 곪은 문제는 언젠간 터지게 마련이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소프트웨어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복잡한 지식 산업이다. 물론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가 매우 효과적인 산업 분야도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지식 산업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상명하복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급자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경영자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경영이나 영업 관점으로 목표를 제시하고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면 시한폭탄을 계속 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개발에 1년이 걸릴 프로젝트를 시장 상황 때문에 6개월안에 개발을 하려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단축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해결책은 무시하고 명령식으로 압박을 하면 프로젝트는 어찌어찌 진행이 되지만 중요한 핵심 프로세스들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코딩은 빼먹을 수가 없으니, 스펙을 대충 정하거나 분석도 하지 않고 코딩을 시작해야 하며, 설계도 없거나 부실하고, QA도 대충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출시 후에 더 큰 비용을 치르거나 또 하나의 시한폭탄을 심어 놓은 상황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상하관계가 확실하고 윗사람이 거의 생사여탈권에 가까운 평가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아랫사람은 윗사람과 특히 최고 경영자의 눈치를 심하게 봐야 하는 기업 문화 때문이다. 이런 조직에서 성장해온 관리자들은 어렵게 획득한 막강한 권한을 내려 놓기는 쉽지 않다. 자신 혼자 내려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기존 조직, 특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수평적인 조직으로 바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평적인 조직이란 모든 직원이 평등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며, 전문가로서 제시한 의견을 존중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직급, 나이, 경력은 의미가 없다. 상하 관계가 아닌 전문가로서의 의견이 잘 조율돼서 조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럼 필자가 CEO로 있는 이우소프트의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대해서 소개를 하겠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다른 모든 조직 문화를 떠받치는 기초와 같다. 자율, 토론, 차근차근, 전문가 존중 등 이우소프트가 지향하는 기업 문화는 상명하복 문화가 철저한 조직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첫째, 모두 영어 이름을 부른다.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호칭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존칭과 하대가 섞인 대화에서는 상하 관계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호칭 개혁을 하려고 '~님', '~프로' 등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제대로 정착된 곳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영어이름을 부르면 직급을 부르지 않아도 되고, 제3자가 보더라도 상하 관계를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우소프트에서는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고 있고 영어 이름을 부를 때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서로 존대를 하되 '~께서'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내 영어 이름은 레이몬드(Raymond)인데, "레이몬드께서 그렇게 말씀 하셨습니다."는 금지된 표현이고 "레이몬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가 허용된 표현이다.
직책을 부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팀장님, 대표님과 같은 호칭도 부르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고, 한국 이름을 부르거나 직책을 부르면 1,000원씩 벌금을 내야 하고, 이제는 완전히 정착이 되었다. 그렇게 모인 벌금은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를 하기로 되어 있다.
특히, 신입 사원들은 가장 빨리 적응을 했다. 각자 직급은 나눠져 있기는 하지만 부르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그레이드(Grade)를 잘 모르고 있다. 회사에 외국인 개발자는 점점 늘고 있고, 영어 사용이 늘고 있어서 영어 호칭이 도움이 되고 있다.
둘째, 상하 관계로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다.
즉, 전문가를 존중한다. 수평적으로 나뉜 역할에 의해서 대부분의 결정을 한다.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수많은 전문 역할이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oftware Engineer), 소프트웨어 아키텍트(Software Architect), CTO,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리스크 매니저(Risk Manager), 빌드 엔지니어(Build Engineer),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 마케터(Marketer), UI 디자이너, QA 엔지니어, 형상 관리자(Configuration Manager) 등 여러 역할이 있다.
물론 작은 회사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하며 이 모두를 다하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가 조금만 커져도 역할을 나누며 각각 전문성을 높여 나간다.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상하 관계로 의사결정의 뒤엎지 않는다. 자신의 전문 역할이 아니라도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고 토론을 할 수는 있지만 무리하게 남의 전문영역에 침범을 하면 안 된다.
"전권을 주면 내가 프로젝트를 성공시켜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우소프트에서는 이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제품의 기능을 결정할 때는 세일즈, 마케팅, 개발팀, 경영진의 의견은 대부분 상충된다. 이때 직급의 힘으로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다. 각자 전문가로 역할을 수행하며 논쟁을 하고 경영진은 회사의 비전과 프로젝트의 목표에 알맞게 균형을 맞추고 조율하는 일을 주로 한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신입이나 주니어 급 직원은 상관없지만 경험이 많은 직원을 채용할 때는 권위의식이 있는지 상명하복에 익숙한지 잘 살핀다.
셋째, 허락 받고 일하기 보다는 자율적으로 일한다.
상사가 일을 시키고 하급자는 시키는 일을 하는 구조가 아니다. 대부분은 스스로 일을 찾고, 스스로 할 일을 정해서 한다. 물론 시켜서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고, 하는 일은 모두 시스템에 등록을 하기 때문에 팀장이나 동료들이 모두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가끔 일이 잘못 진행되거나 우선순위 조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모니터링을 하다가 바로 잡아주면 된다.
업무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뭔가 잘못되었을 때 처벌을 강조하면 안 된다. 처벌이 강할수록 수동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여러 사람의 공동책임이다. 시스템에 일을 너무 늦게 공유를 했거나, 모니터링을 소홀히 했을 수가 있다. 프로세스를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처벌보다는 원인을 찾아서 개선을 해야 한다. 고의로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면 직원의 일방적인 책임은 아니다.
이런 방식이 허락 받고 일하거나 시키는 것 위주로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생산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시키는 일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 더 재미있고 집중도도 높다. 또한 자율성, 창의성이 향상되므로 업무 효율성은 훨씬 높아진다. 물론 모든 직원이 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것은 아니다. 여러 성격의 직원들이 섞여 있지만, 능동적인 직원들의 발전이 더 빠르다. 시키는 일만을 위주로 회사가 돌아간다면 창의적인 지식산업이 소프트웨어가 노동 산업으로 전락할 수가 있다.
이우소프트가 이렇게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잘 정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20년동안 개발을 한 CTO와 수평적인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영진이 있어서 가능했다. 오히려 직원들이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한국 대기업들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로 조직문화를 탈바꿈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마음만 먹는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경영진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직원들끼리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 수는 없다. 문화란 대물림이 되고 바뀌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외국인을 채용하거나 외국 회사를 흡수 합병해도 그들의 문화는 사라지고 기존의 상명하복 문화에 억지로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다른 문화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특히 더 중요하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하에서 공유와 협업이 더 잘되며 전문가로서 캐리어를 꾸준히 유지하기도 쉽다. 사규를 만든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모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경영진들이 먼저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완전히 적응을 해야 직원들이 따라 올 수 있다.

이 글은 ZDNet Korea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년 10월 4일 화요일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경영자가 하면 안되는 것들

필자는 23년 경력의 개발자이며 이우소프트의 CEO다과거 8년 동안 소프트웨어 공학 컨설턴트로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글을 써왔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의 핵심이 개발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글로벌 개발 문화를 소개해 왔고 이제는 실제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 적용된 사례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경영자가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회사마다 기업문화가 달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괴리감을 있을 수 있다. 문화란 원래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현실성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고 이런 문화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개를 한다

첫째, 개발자들의 개발 기간 예측(Estimation)을 무시하기

많은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일방적으로 경영자의 잘못으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사례는 워낙 많지만 개발자들이 1년 이하로는 도저히 개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프로젝트를 경영자가 6개월안에 무조건 끝내라고 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유도 여러 가지다. 개발자의 주장을 믿지 않기도 하고, 프로젝트가 늦어질 것을 감안하여 필요 일정보다 무조건 당겨서 끝내라고 하기도 한다. 또한, 이렇게 개발자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으면 개발자들이 야근도 안하고 열심히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도 많다

당장은 이렇게 해서 몇몇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도 있고 개발 일정도 당겨지고 이익을 보기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관행처럼 굳어지면 결국에는 개발자, 경영자 모두가 손해를 본다. 또한 회사의 개발 문화도 한참 후퇴한다. 경영자가 일정을 무조건 줄이면 개발자는 다음부터 어쩔 수 없이 예상보다 조금씩 늘려서 얘기를 하곤 한다.

개발자도 경영자가 납득할만한 근거를 가지고 적절한 개발 기간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도 벌어진다. 그래서 경영자는 개발자가 제시한 일정을 납득하지 못하고 무조건 일정을 줄이고 본다. 이 싸움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싸움이다. 개발자는 아키텍처가 망가지는 고통 속에서 야근을 거듭하고 경영자는 프로젝트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서 비즈니스를 수시로 그르치게 된다.

먼저, 개발자는 잘 분석된 스펙을 바탕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는 개발자가 예측한 일정을 믿어주는 신뢰관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개발자는 항상 최선을 다해서 정확한 일정을 산정하려고 노력한다. 개발자가 제시한 일정을 단축해야 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야근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습관적인 야근은 이익보다 손실이 큰 방법이다. 합리적인 수단이란 기능 축소, 핵심 기능에 집중, 단계별 개발, 전문 컨설턴트 투입, 일부 상용 모듈 구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개발자와 경영자 간의 신뢰 관계는 개발 방법론과 상관없이 필요하며 정착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하는 방법이 소프트웨어를 가장 빨리 개발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합의된 요구사항을 경영자의 취향대로 바꾸기

우리나라 회사들은 경영자가 무엇이든지 뒤집을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출시 임박한 제품의 모양을 경영자가 갑자기 바꾸거나, 취향대로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흔히 벌어진다.

프로젝트에서 경영자의 역할은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하지만 경영자가 프로젝트에서 절대 권력자는 아니다. 한 명의 Stakeholder일 뿐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경영자의 역할은 비전과 전략을 담당한다. 빌게이츠는 초창기 프로젝트의 기술적인 내용까지 깊숙이 간섭을 했는데 이는 경영자로서가 아니고 Chief Architect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경영자는 경영자 관점에서 비전과 전략 요구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그것도 초기에 제시해야 한다. 전략이 바뀌면 프로젝트는 엄청나게 바뀌는 것이므로 가능하면 초기의 전략이 유지되는 것이 좋다. 전략이 바뀌더라도 합리적인 변경을 해야 한다.
경영자가 프로젝트 막바지에 뒤늦게 관여를 해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키텍처는 완전히 엉망이 되고 개발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면 신뢰관계는 금이 간다. 우리 회사에서는 스펙이 Close 된 후에는 경영자가 요구사항을 바꾸려고 해도 Change Control Process를 통과해야 한다. Change Control Board에서 변경이 거부되면 아무리 경영자가 요구한 내용이라고 변경이 불가능하다

이래야 경영자도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뒤늦게 아무 때나 간섭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셋째, 개발자에게 아무 때나 가서 말을 시키거나 지시하기

우리 회사에서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누구도 개발자에게 아무 때나 말을 걸고 개발을 방해하지 않는다. 개발자가 개발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경우에 중간에 방해를 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한다. 피플웨어에서는 30분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방해가 하루에 3,4번 벌어지면 하루를 망친다.

개발자와 면담을 할 것이 있으면 몇 시간 전이나 하루 전에 미리 시간을 Arrange해야 한다. 급하게 할 얘기가 있으면 개발자가 집중을 하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핀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는 메신저도 금지되어 있고 근무 중에는 카카오톡도 무음 설정을 해야 한다. 개발자가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메신저가 부르거나 "까똑" 거리면 집중해서 일할 수가 없다. 개발자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거의 없다. 대신에 근무 시간에 최대한 집중을 하고 야근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넷째, 수시로 보고서를 요구하기

공유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는 회사에서는 진행되는 거의 모든 일이 온라인 시스템에 잘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별도의 보고서가 없어도 경영자는 거의 모든 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래서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시스템에 있는 정보를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하지 않아야 한다. 보고서는 경영자의 시간을 약간 절약해 주지만 직원들은 수십, 수백 배의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일보다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쏟기도 한다. 또한 보고서만으로 업무를 파악하면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내용이 왜곡되곤 한다. 시간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직접 보는 것이 좋다보고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작성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 하려면 공유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네 가지 경영자가 하면 안 되는 일을 소개했다. 그럼 경영자는 별로 할 일이 없는가? 경영자는 회사의 비전, 전략을 정하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인재를 채용하고 직원을 코칭, 육성해야 하며 회사의 규칙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외에도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수없이 많다

필자는 CEO일 뿐만 아니라 아키텍트의 역할도 일부 수행하며 또한 소프트웨어 국제화 전문가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공학, 아키텍처, 국제화 관련 이슈에도 전문가로서 직접 관여를 한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Stakeholder로서 의논에 참여를 하고 의견을 제시하지만 결정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거나 합의된 결정을 뒤집지는 않는다. 합의를 바꾸려면 정해진 절차를 따른다

글로벌 수준의 개발 문화 속에서 경영자와 개발자가 각자의 전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비로소 경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 문화는 후진적인데 개발자 하나하나가 선진적이고 뛰어나다고 해서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개발 문화라는 것이 반바지를 입는다고 공짜 점심을 준다고 좋은 공학툴이나 방법론을 도입한다고 해서 제대로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구성원의 마음과 습관을 바꾸는 것이 핵심인데 매우 어려운 과정이며 경영자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글은 ZDNet Korea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