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0일 월요일

위기는 내부로부터 온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기에 외적인 어려움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변하는 환경, 특히 대통령 따라 왔다갔다하는 여건들...
  •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공정하지 못한 거래
  • 대형 SI업체들의 횡포
  • 공공기간을 포함한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 및 낮은 가격
이런 것들은 천천히 얘기를 하고 오늘은 소프트웨어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위기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시는 많은 분들은 회사에서 항상 "위기다"라고 하는 말들을 들을 겁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외부 환경도 기업을 잘 운영하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 내부 원인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또한 말뿐인 위기가 아닌 진짜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적인 예로 "티맥스"라는 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외부 요인때문에 어려워졌을까요? 나는 아니라고 봅니다. 내부 요인이 훨씬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넘을 수 없는 벽이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연이나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를 얘기하면 작년만해도 "티맥스"라는 회사가 이 벽을 넘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유명했던 수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 중에서 지금도 건전하게 꾸준히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시기에 꼬꾸라졌거나 근근히 버티고 있거나 썩 나쁘지는 않지만 비전은 별로 없거나 합니다.

나는 이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맞닥드리는 "넘을 수 없는 벽"의 원인을 주로 소프트웨어 회사 내부에서 찾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주로 겪는 문제는 회사 조직이 커지면서 발생합니다. 조직이 커지면 이런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 새로 채용한 개발자들에게 지식과 경험의 전달이 안됩니다.
  • 개발자 인원은 많이 늘었는데, 생산성은 점점 떨어지고 야근만 늘어 납니다.
  • 프로젝트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관리가 안됩니다.
  • 국내에서는 꽤 경쟁력이 있는 소프트웨어였는데, 해외에서는 맥을 못춥니다.
  • 초창기에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았는데, 더이상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 시장은 점점 레드오션으로 바뀌어서 수익성이 악화됩니다.
  이 모든 부작용이 거의 내부에서부터 나옵니다. 애초에 구멍가게 밖에 할 수없는 회사가 대부분이지만, 스스로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개발자들도 스스로는 뛰어난 개발자라고 생각하지만, 코딩이나 좀 할 줄 알지 진짜 개발자들이 갖춰야할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또한 관리자나 경영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마구 만들어서 많이 팔면 되는 것으로 착각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회사가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조금씩만 바뀌고 좋은 저변이 확대가 되면 그중에서 분명히 성공하는 회사가 나올 겁니다.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경영자가 점점 많아지고,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꼭 필요한 프로세스, 시스템, 문화등을 적절히 도입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개발자들이 서로 혼합되면서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첫걸음이 경영자와 개발자들의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한 이해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왜 그냥 마구 개발하면 안되는지, 어떻게 해야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품질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지 이해를 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모든 경영자와 개발자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져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그 비율이 조금씩 증가하기를 기대합니다.

댓글 14개:

  1. 요즘 공익광고에도 나오지만
    서로간에 이해를 하려는 노력보다는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윗선에서는 키보드나 두드리는 공돌이 주제에, 개발자 주제에 라고 할테고
    개발자는 윗대가리들은 쯧쯧쯧 펜대만 굴릴줄알지 지들이 개발을 알아? 라고 할테니 말이죠

    서로 모르는 모른다 이야기 하고,
    처음부터 뼈대를 맞추어 가면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매번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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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의 요즘 화두는 어떻게 경영자들을 소프트웨어 공학을 이해 시킬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하나 하나 이해 시키기에는 너무 힘들더군요. 결국 제가 못 견디고 나오고 말았습니다.
    외국에서 습득한 개발 프로세스를 정착 시키려고 하니 여러모로 걸리는 것들이 많더군요. 동료들 부터 이해 하지 못하고 위쪽에선 현재 보이는 것에만 집착해서 멀리 보지 못하고 결국 힘들여 구축한 개발 프로세스를 포기 하고 말았지요. 앞으로 다닐 직장에서도 재가 다시 시작 해야 하는데 경영자들이 얼마나 저에게 맡기고 일을 시킬지 걱정입니다. 이해 시키기엔 현재 보여줄수 있는것이 없으니 경영자들도 믿지 못하는것이겠지요. 참으로 힘든직업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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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항상 공감 가는글 감사 합니다.
    음... 일단 다른 것을 떠나서 큰 문제는 경영층이라고
    봅니다.
    개발환경을 마치 제조업 처럼 찍어내서 많이 팔거나
    인력을 소싱해서 돈을 벌면 된다는 사고 방식이
    문제라고 봅니다.
    즉 개발자들을 협력자라기 보다는 단순 돈을 벌기위한
    도구정도로 생각하는 것.

    티맥스의 실패사례는 개인적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라서
    크게놀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무시하는 회사들이 많다는
    것을 또 예견해야 한다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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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구차니님
    소프트웨어 회사는 수백년간 존재했던 수많은 종류의 회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형태입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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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곤님
    경영층과 관리자들에게 소프트웨어 공학을 이해시키는 것이 제가 하는 일 중의 일부입니다. ^^
    회사 내부의 개발자들의 말은 잘 안들어도 외부 전문가의 말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사실 개발자들도 고집이 세고 바뀌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들을 바꾸는 것도 저의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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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안녕하세요. beyond j2ee님
    티맥스 사례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티맥스가 계속 나오겠죠.
    이런 일이 나올 때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신뢰를 잃고 후퇴하는 것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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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 사람들의 창의성은 무척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수평적인 공간에서는 그 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반면에,
    조직 안에선 그 능력을 십분의 일 발휘하지 못하더군요.
    아무래도 상명하복 문화와 주입식 교육의 피혜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비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깊이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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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항상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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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소프트웨어관련 일이란것이 사무적이고 반복적인 일이 아닌 창조적이고 지적인 활동이란 것을 점점 자각 시켜줘ㅑ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영권을 가진 이들은 돈만 되면 한다(당장에)라는 단기적 성장을 노리는 특유의 병폐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종종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이해도가 없이 개발하셨던 분들도 공학의 중요성을 지나치고서 살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귀찮다라는 인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에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공학을 간관시 하기 보다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노력과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거 해서 뭐해~? 그냥 기간내에 납품만 잘 하면 되는거지.. 라는 인식.. 한번 떼어먹고 보자는 심리..
    특이하게도 그런 병폐가 많은 회사는 아주 말 잘 듣는 개발자나 채용하고 있더군요.. 정말 말 잘 듣고~~ 자기 밑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용도로 말입니다.
    또는 절대로 자기 위치를 위협할 수 없는 개발자를 선호하기도 하구요:)

    휴.. 그나마 다행인건 이런 기사들을 통해서 소프트웨어 공학 인식을 개발자나 경영진들에게 조금이나마 중요한 인식으로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또 뵈요~ 규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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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한국인의 유전자에 뛰어난 창의성이 있는지는 몰라도 소프트웨어 필드에서는 그렇게 느끼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들이 그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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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요즘 만나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영자들은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약간 다행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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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소프트웨어 공학에 관심이 가는 요즘 블로그에서 정말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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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안녕하세요. 고감자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공학에 대해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공학은 이론이 아닌 실전이죠. 자칫 이론적인 방향으로 빠져드는 것은 경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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