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여러 기업을 거느린 그룹들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게 됩니다.
여러 종류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었고, 회사들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그 당시 여러 군소 회사들에 비하여 상당히 선진화된 MIS 시스템 등을 보유하게 되었고, 구축 과정을 통해서 경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보유하게 됩니다.
물론 이를 구축하는데 돈을 많이 썼지요.
그러다가 문득 "이거 팔면 돈 되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당히 다양한 회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이와 비슷한 회사가 널렸다고 생각하고 이 소프트웨어를 조금씩 수정해서 팔면 큰 투자를 하지 않고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전세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대형 SI회사를 탄생하게 만들었고,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소프트웨어 산업구조를 초래한 시작이 됩니다.
일단 소프트웨어를 조금씩 수정하면 다른 회사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가장 결정적인 오류의 시작입니다. 애초에 그러한 확장성에 대한 개념도 없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그렇게 쉽게 다른 회사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그 당시 얼마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무지했는가를 보여줍니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사업에 대한 전문성만 보유한 SI회사들이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계를 좌지우지 하면서 저가 수주의 온상이 되고 수많은 유망 소프트웨어업체를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SI회사와 시장이 겹치지 않는 회사들은 살아남았죠.
SI회사들이 이것이 돈이 안된 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지만, 특유의 생존력을 바탕으로 변화를 거듭해서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살아남는 독특한 형태로 진화했지요.
지금은 소프트웨어 업계에 SI회사의 존재가 당연시 되는 기형적인 사고가 고착이 되어서 고객들도 SI회사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지도 못할 겁니다. 이미 권력화된 SI회사의 파워는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를 조금씩 개선해보고자 하는 법률의 개정도 가로막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실력으로 산업을 이끌어서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서로 Win-win을 해야지 힘을 이용해서 나만 살고자 하는 자세는 결국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를 고사시키고 말 겁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만국 소프트웨어 시장의 큰 파이는 외국업체에게 넘겨주고, 말 잘 듣는 공공기업의 치다꺼리나 하는 작은 파이만 먹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Global 경쟁에서 뒤쳐진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지금도 넘치는 아이디어와 혈기를 가진 똑똑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마구 배출되고 있는데, 그들을 받아들일 소프트웨어 산업은 척박하기만 하고, 그들에게 전해줄 알짜배기 경험을 전달해줄 선배 개발자들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선배들도 그렇게 별로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이제는 유능한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업계로 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나만 살자가 아니고 다같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SI회사의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들 자체적으로 또 살아남기 위해서 진화를 거듭할 것입니다. 다만 다같이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Win-win도 좀 생각해달라는 겁니다.
작은 회사들은 스스로의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시장을 피해 다니거나 외국으로 가거나 해야겠지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어쩔 수 없죠. 이미 이렇게 되어 버린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