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내려오는 경영자들이 믿고 있는 미신이 있습니다.
"개발자의 Output은 근무시간의 양에 비례한다."
말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밤에 사무실이 텅 비어 있으면 개발자들이 군기가 빠졌다고 생각하고 주말에 누가 나와서 일하나 확인하러 가끔 사무실에 들르는 사람들이 경영자입니다.
실제로 근무시간에 성과가 비례하는 개발자들이 있다면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이 미신은 믿기 싫지만 자꾸 저절로 손이 가는 새우깡처럼 믿게 되고, 회사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맹신하게 되나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또는 습관적으로 야근을 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십중팔구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어도 아이가 없겠죠.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생활을 하며 10, 20, 30년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을 할 수는 없겠죠.
나는 "개발은 창의적인 작업으로 그 성과는 충분한 재충전에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합리적인 시간에 개발을 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좀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의 일반적인 경우처럼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개발자들이 능력껏 그럭저럭 진행하는 방법으로는 또 개발자의 야근은 피할 수 없고, 별로 빠르게 끝나지도 제품의 품질이 좋지도 않게 됩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소프트웨어 공학을 적용하는 것이지요.
말은 거창한 것 같지만,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것이 소프트웨어를 최소비용으로 최단기간에 개발하기 위한 온갖 방법들을 말하는 겁니다. 결코 교과서의 내용이 아니고 현실에서 수많은 회사들이 경험을 통해서 내려오는 방법이고 여러분들도 상당부분은 익히 알고 있는 방법들입니다. 이 블로그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다시 개발자들이 밤을 세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되돌아 와서 그 방법을 알아봅시다.
일단, 경영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어떻게 손을 델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면 아래와 같이 개발자들과 프로젝트팀이 행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이 남습니다.
- 정확한 일정 예측
- 체계적인 개발 방법
- 합리적인 일정 복구
첫째, 정확한 일정 예측입니다. 이는 모순된 문장입니다. 어떻게 예측을 정확하게 하나요? 하지만 예측이란 그때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정확하게 예측을 해야지요.
당연히 프로젝트가 시작하자마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아직 스펙이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는 대충을 일정을 가지고 시작을 하다가 스펙 작성이 완료되면 스펙을 근거로 1,2일 단위의 정확한 WBS를 작성하여 소요일정과 투입인력을 따져서 프로젝트 일정을 작성해야 합니다.
회사의 모든 관련자들은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 정해진 일정을 진짜 일정으로 봐서는 안됩니다. 스펙 완료 후 작성된 일정을 진짜 일정으로 봐야지요. 이것을 당연히 이해 할 수 있어야 얘기가 되지요.
그리고도 일정은 개발중간에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일정이 틀어지면 대응을 해야 합니다. 1,2일 단위로 작성된 일정은 조금만 늦어져도 금방 문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둘째, 체계적인 개발 방법입니다.
이 부분은 책 한 권을 써도 될 만큼 많은 양이고 앞으로 블로그에서 지속적으로 다룰 내용이니 간단히 소개만 하겠습니다. Stage를 따라서 개발을 하거나, Daily Build를 하고, 소스코드관리/버그관리시스템을 사용하고, 피어리뷰/코드리뷰를 하고, 모든 이슈를 투명하게 Open하고, Build를 자동화하는 등 수많은 방법들을 당연히 사용해야 할 것 입니다.
셋째, 합리적인 일정 복구입니다.
프로젝트는 어쨌든 늦어지게 마련입니다.
다음 그림을 보면 현재 프로젝트 진척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다음 4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A. 더 낮은 우선순위의 요구사항은 다음 버전으로 연기한다.
B. 개발자를 추가로 투입한다.
C. 시간외 근무를 단기간 동안 강제로 시킨다.
D. 일정을 연기하여 추가된 기능을 수용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회사가 C를 주로 선택하고 가끔 B를 선택합니다.
C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별로 효과도 없을 뿐더러 개발자 사기만 떨어지고 회사의 경쟁력도 잃고 개발자도 잃게 되는 방법입니다.
B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프로젝트 후반에 개발자를 투입하는 것은 기존에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다른 개발자들에게 방해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존 개발자들은 이들을 가르치느라고 시간을 허비해야 하고, 새로 투입된 개발자는 별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버그도 많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프로젝트가 늦어지고 있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가 프로젝트 막바지에 가서야 한참 늦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부랴부랴 대책을 세울 때 선택하는 방법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A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프로젝트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펙의 각 기능은 Priority(우선순위)를 정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일정이 늦어지면 우순선위가 낮은 기능을 연기하고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 순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기능부터 개발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체계적으로 합리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퇴근 후에 가족과 식사를 하고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생깁니다.
위와 같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절차에 의한 데이터를 근거로 경영층에 보고가 되고 투명한 개발진행이 경영층에 신뢰를 준다면 하루 8시간 근무하는 날이 점점 늘어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발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고, 회사가 조직, 프로세스, 시스템등 모든 것이 바뀌어 나가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상적인 환경이네요. 아웃소싱, SI 업계에서는 조건부터 잘못되서 적용이 안될거 같고, 금융 또는 IT 대기업 사내 소프트웨어 연구실 정도면 어느정도 현실화 될지도. 아마 괜찮은 회사에서는 벌써 적용될지도 몰르고. 그러나, 99% 개발자에겐 그림의 떡일듯. 불쌍한 우리회사 개발자들..--;
답글삭제실력있는 개발자 같으신데 기회가 되면 창업한번 해보세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좀더 현실적인 답을 찾아내시길~
저희 팀이 보편적인 프로젝트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분명 SI 업계의 아웃소싱 프로젝트에서 위 내용을 토대로 진행을 해서 야근을 없앴습니다.
답글삭제팀원 중 2명은 야간 대학원에 다니기 까지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판단을 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과 구현을 분리하지 않고 일하는 것, 작업을 잘게 쪼개서 예측가능하게 하려는 노력은 현실적인 답을 만들어냅니다.
영회님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역시, 이 댓글 하나만 봐도 영회님과 그 개발팀이 어느정도의 실력과 경험이 있는지 알 수 있겠네요.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의 단계를 넘어서 내제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붉은칼님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우선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컨설턴트로서 대한민국의 어떠한 개발자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개발 및 컨설팅의 지식과 경험이 있습니다. 수백만명이 쓰는 제품, 전세계인이 쓰는 제품, SI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풍부하게 다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들은 모두 경험에서 나온 글들입니다. 또한 저희 펌에서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20년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보고 들은 내용을 옮기는 것으로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컨설팅을 하면서 만난 거의 모든 회사는 "우리회사는 다르다"라고 합니다. SI다, 금융이다. 이유는 많지만 사실을 다 똑같습니다. 원리는 같다는 얘기입니다. 99%의 개발자에게 그림의 떡이 아니고 99%의 개발자에게 가능하고 그래야 더 품질이 좋은 제품이 개발되고 회사의 경쟁력이 더 높아집니다.
8시간 근무를 하는 이유도 더 개발을 잘하고 빨리 하기 위해서임을 명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이해가 안되면 붉은칼님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가져올 좋은 개발환경에 대해서 앞으로 제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봐주세요. 점점 더 구체적인 글들을 작성해 나갈 겁니다.
감사합니다.
미국의 개발자들은 야근을 안하는가? 하는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개발자들도 야근을 많이 하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우리와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 대부분 체계적으로 개발을 하는데도 야근을 많이 하는 거죠. 특히 MS는 야근을 많이하고 그만큼 많이 보상해주죠. 많이주고 많이 뽑아먹기로 유명합니다.
답글삭제정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이 글은 경영자 필독입니다.
답글삭제사람들이 IT업계와 개발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많은 선입관 중 하나는 '개발자는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근무한다'라는 것이다. 간혹 일이 땡기는(?) 경우를 제외하고 평소에 초과 근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에서 이러한 초과근무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강요 받는 다는 것이다. 개발자에 대한 저런 선입관과 함께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직접 내 수익이되고 빨리 끝내면 빨리 돈이 들어 온다는 이유로 고객들은 당연히 내가..
답글삭제좋은 말씀 잘 보고 갑니다. 선택할 위치에 있는 분들의 뿌리깊은 잘못된 사고방식이 합리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개발자 출신의 관리자들도 똑같은 생각은 가지신 분들이 많으니 요원한 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점 좋아지겠죠? ^^
답글삭제HannaKim님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관심이 많으신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좋은 얘기 많이 주고 받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zydev님 안녕하세요.
답글삭제개발자가 좀더 전문적이어야하지 않을까요? 주먹구구식으로는 경영자를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거친 회사에서 항상 개발 프로세스를 체계화 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항상 나오는 말은 "우리는 그런거 적용 못해" 라는 겁니다. 하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Ray 님의 말씀처럼 원리는 다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원리와 현실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따라서 원리나 원칙을 적용하고 그에 따르도록 하는 것 보다는 그 회사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그에 맞게 차용(adopt)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회사라고 야근 없는 것 아니고 주말에도 일할 때도 많습니다 - 전 미국에 있습니다. 개발자란 직업의 특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처제는 게임회사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프로젝트 마감일 다가오면 집에도 못가고 주말에도 밤새서 일합니다. 하지만 릴리즈 후에는 2주 - 3주 정도의 휴가를 받습니다. 고생 후 그만큼의 보상이 따른다는 것이 한국과의 다른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는 IT 업계뿐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되네요.
Jake님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정확한 말씀입니다. 평소에 제가 하는 말이죠.^^
Jake님은 한번 만나뵈고 싶은 분이네요.
앞으로 좋은 교류 지속되기 기대합니다.
뭐 워낙 대단한분들이 모이신거 같은데 읽다가 저도 생각을 한줄 표현할까 해서 올립니다만...
답글삭제환경이 열악한건 사실이죠..근데 환경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생각과 그런날이 올까? 라는 생각이 주를 이루는데요...?너무 환경탓을 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자기가 만들어 갈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적지않은SI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SI하면서도 일빨리 끝내고 일찍가는 개발자 많고요... 일잘하면 요새는 관리자도 특별히 근태 터치 안합니다.물론 기본적 근태는 지켜줘야죠 9시 출근 6~7시 퇴근 그러다가 일주일에 한두번정도는 8~9시 퇴근 이정도면 처자식과 가정생활 하면서도 충분히 SI에서도 개발자로 생활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잘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 사실 SI나 팩키지나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은 거의 같죠.
그놈의 야근 지긋지긋 하다 ? 왜 야근은 끝날줄 모르는가. 왜 항상 철야와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데, 일정은 계속 딜레이 되고 딜레이 되는 만큼 다시 철야를 하게 되고, 그렇게 고생을 해도 만들다 만것 같은 제품이 만들어지는가. 왜 야근을 하는가. 왜 한번 시작된 야근은 끝날 줄 모르는가. 어떻게 해야 야근을 막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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