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8일 화요일

내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면 왠지 불안하다.

그동안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에 글을 못올리고 있다. 앞으로 짧막하게라도 글을 올리려고 한다.

내가 만약 일주일동안 회사를 안나오면 회사가 잘 돌아갈까?
그럼 한달동안 안나오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는 한달동안 심지어는 일주일만 직원 몇명이 안나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이러한 종속성은 회사에게는 큰 위험이고 개발자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개발자는 본인이 없으면 회사가 잘 안돌아가는 상황을 선호하곤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개발자들이 자리를 지키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개발자가 좀더 중요하고 새로운 일을 하는데 발목을 잡히곤 한다.
물론 내가 없어도 회사가 쌩쌩 잘 돌아가는 상황이 매우 불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회사도 있으니 잘 판단해야 한다.

개발자 뿐만 아니라 Operating에서도 문제는 벌어진다. 특정 직원이 없으면, 빌드나 팩키징을 못하거나 라이센스 발급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업무는 특정인만 아는 형태로 진행되어서는 안되고 메뉴얼이 필요하고 백업이 가능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일 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 봐도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첫째, 많은 정보, 지식이 특정인 머리 속에 들어 있고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리뷰를 통한 공유가 잘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둘째, 스펙이 제대로 작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세째, 개발 프로세스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 외에도 문제가 많다.

회사는 어떠한 개발자라도 한달 동안 또는 영원히 사라져도 문제 없이 돌아가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프로세스, 스펙/설계, 기반시스템, 개발 문화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무조건 주먹구구가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초 단기적으로는 주먹구구가 더 나을 수는 있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특정 개발자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환경은 개발자에게도 유리하다. 그래야 개발자는 과거의 일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에게 휴가를 한달씩 줘 보면 된다. 개발자에게 한달짜리 휴가를 줄 수 있는 회사가 되어보자.

댓글 3개:

  1. 전규현님께서 쓰신 글의 맥락하고는 좀 벗어나는 것 같긴 한데요.

    이 묘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얼까 생각해 보면 일종의 "권력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권력의 문제" 보다 더 깊은 심층에는 '화이트 칼라' vs '블루 칼라' 의 정체성 혼란이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화이트 칼라 커리어 패스를 타는 사람들은 관리자로 성공할 사람들이라서 자신이 실무에서 벗어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블루 칼라 커리어 패스를 타는 사람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한 달간 휴가를 보내주면 "땡큐~" 하고 갔다 오겠지요.


    그런데 한국의 개발자들은 화이트 칼라인지 블루 칼라인지 애매합니다.

    일은 블루 칼라처럼 일하는데, 화이트 칼라와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며 관리자 자리를 놓고 화이트 칼라와 경쟁을 하는 처지에 있지요.

    당연히 이 경쟁은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개발자가 취하는 선택은 '나 나가면 회사 망해 !' 라는 벼랑 끝 전술이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화이트 칼라도 아니고 블루 칼라도 아닌 개발자들의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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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의견입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해야 겠군요.

    개발자는 지식노동자로서 Technical career path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일반 블루칼라와는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블루칼라 취급되는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관리자를 짤라도 개발자 특히 아키텍트는 절대로 자르지 않죠. 먼나라 얘기.

    그런데 여기에 정치가 개입되면 완전히 얘기가 달라지는 군요.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정치도 배워야 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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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짜 격하게 공감합니다.

    예전에 통신사 시스템 운영할 때 제가 조부상을 당했는데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운영할 수 없는 업무 프로세스와 인원을 갖추어 놓아
    (물론 인건비 때문이지요 ...)

    3일 동안 시스템이 안돌아간다고
    상 중에 잠깐 출근해서 3일 동안 할 일을 인수인계 해준 적 있습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도 문제는 없는 업무 프로세스를 갖출려면
    인력이 더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하기에
    그 돈을 아까워하는 경영자의 마인드가 문제이겠지요 ...

    더 나아가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도
    서너달은 임시로 버틸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놓았더니

    그 담당자를 짜를려고 하더군요... 미련 없이 그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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