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5일 화요일

삼성은 왜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지 못할까?

오늘 아침 조선일보 IT관련 기사를 보다가 다음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삼성에서 개발하고 있는 바다에 관심은 있지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기사를 훑어 보고 있는데, 생각해볼 내용이 있어서 인용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하다'는 인식을 단번에 뒤집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바다(bada)'라는 한글 이름을 해외 시장에서도 그대로 사용한 것도 한국에서 개발한 휴대폰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인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홍 상무는 "바다 프로그램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일반 휴대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차별화 요소"라면서 "(바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든 수많은 응용프로그램이 거래되는 장터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기사에서 인용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하다'는 인식을 단번에 뒤집겠다"
이 의미는 원래 소프트웨어가 강한데 인식만 안 좋은 것이고 바다를 기똥차게 만들어서 인식을 바꾸겠다는 걸까요?
아니면 원래 소프트웨어가 약한데 이번에 바다를 개발하면서 갑자기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걸까요?

사실 둘다 말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삼성도 소프트웨어는 약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고,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절대로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조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첫번째는 무시하죠.

비록 소프트웨어는 잘 못 만들지만, 소니, 모토롤라가 따라 올 수 없는 큰 강점들이 많아서 지금은 성공을 이루었기 때문에 삼정 자체를 평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소프트웨어 얘기를 좀 해보죠.

왜 소프트웨어를 잘 못 만들까요? 사실 외형적인 것만 보면 부족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조직, 프로세스 모두 갖추고 있고(오히려 과도하기도 합니다.), 개발툴이나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것들을 쓰고 있고, 똑똑한 개발자들이 바글바글(반대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네요.) 합니다. 

마치 "아이폰"과 "옴니아2"를 스펙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막상 둘을 나란히 놓고 써보면 느낌이 확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겉보기에는 비슷하게 흉내를 내고 있지만, 속을 까보면 조금씩 다릅니다. 그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이렇게 되었다고 볼 수 있죠. 결국의 개발문화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실제 제 컨설팅 경험에 의하면 그런 환경에서 그런 방법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도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에 감탄을 하면서도 그 속의 개발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좋은 환경과 제대로된 조직에서 개발을 해왔으면 훨씬 잘 되었을 개발자들인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그 원인은 경영층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 분야는 몇 십년간 정말 많은 투자를 해온 것에 비해서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못합니다. 하드웨어적인 마인드로 소프트웨어 조직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소프트웨어 조직은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이해하고 있는 경영자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영자가 힘을 가지고 10년 이상은 노력해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어깨를 조금 나란히 할까 말까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까요?

힘이 있고 소프트웨어를 정말 잘 이해하는 경영자가 있어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철저히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뛰어난 개발자들을 10년 이상 키워내야 합니다. 그냥 연수만 10년을 채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형식적으로만 갖춰진 조직이 아닌 정말 소프트웨어 개발조직다운 환경에서 제대로 된 개발문화 속에서 꾸준히 키워져야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 좀 하겠구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조직 다운 환경과 개발문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요? 짧은 글에서 다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 전통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게 뭔지 글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궁금하다면 제 블로그 자체가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내용이므로 다른 글들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 블로그를 구독하고 계신 분들은 나름대로 이해를 하고 계실 겁니다.

안타까운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갭이 상상이상으로 크고 삼성같은 큰 조직은 바뀌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내부에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이미 이전에 몇번의 변화를 통해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약간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댓글 27개:

  1.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비단 삼성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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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나라 전반적인 SW개발에 대한 인식이 바꾸기 전에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문득 삼성에서 항의해서 몇일만에 이 글이 내려갈까 궁금해지는건..
    역설적으로 SW개발에 대한 생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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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평소 의문을 갖고 있던 부분이였는데 가려운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시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전통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 중
    규모는 크지만 이렇다할 회사가 없군요..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로만 먹고 사는 포털등에서는
    개방된 기업문화를 표방하고 있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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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삼성은 왜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지 못할까? 공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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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친구들 보면 대부분 소프트웨어 멤버십준비하고 그러는데;; 좋은 인력을 흡수해도 뭔가 안되는 이유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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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런의미에서 우리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뿐이랴만은)하는 경영자라는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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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물어님 안녕하세요.
    얼마전 S그룹 소프트웨어멤버쉽 세미나 요청이 있었는데, 일정이 안맞아서 못했는데, 꼭 했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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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녕하세요. myideom님
    상당히 광범위한 문제이기는 하죠. 삼성이 그만큼 주목받고 있으니 더 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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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구차니님 안녕하세요.
    가장 바뀌어야 하는 계층이 개발자도 관리자도 아닌 최고 경영층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삼성은 제 컨설팅 고객 중 하나이고 이런 글이 삼성에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쓴약이 몸에 좋다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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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제주소년님 안녕하세요.
    포털은 기업문화는 개방되어 있을지는 몰라도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은 낮죠.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역사가 짧아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꼭 그 탓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선배들이 망쳐 놓은 책임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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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저도 그냥 이 업계 떠 도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러더군요. L사 또다른 S사 등은 경영 그리고 임원들 출신들중에 대략 엔지니어 출신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출신자들이 더러 있어서 중심을 잡는다는군요. (루머처럼 도는 얘깁니다. 저도 정확히는 ^^) 근데, 말씀하신 S사는 무슨 유통, 건설쪽에서 사람을 돌림빵 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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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컴퓨터 사면 OS며 Office며 기타 여러 유명 프로그램들은 꽁짜로 깔려야 컴퓨터 잘 샀네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최고 경영층에게만 뭐라하기도 뭐하네요.

    그래도 삼성은 자사컴퓨터 팔면서 자사오피스로 나름 선전(?)하는걸 보면 나름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은
    있었지 않았나 싶네요. LG는 하나워드로 처음 스타트는 나름 좋았으나...지금은 뭐...없잖아요.

    한글과 컴퓨터가 결국 MS에게 밀린것도 그렇고..
    옆나라 일본에선 새로운 게임 나오면 전날 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봐도 그렇고...

    몇몇사람들에게만 한정된 얘기는 아닌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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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안녕하세요. Richpapa님
    저도 그와 관련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CEO는 그렇더라도 CTO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특히 소프트웨어 회사라면 CTO가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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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개발일 좋아하고 천직으로 알던 사람도 개발일 몇년 하면 뒤돌아서게 만드는게 현재 한국 IT업계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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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경영진의 해결방법은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휴일에도 일하고 밤새서 내일까지 되게해'이고 늘 촉박한 일정과 만성적인 야근속에서 어떻게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있을까요? 위에 링크의 기사를 봐도 그런 상황이 중간중간에 묘사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앞을 내다보고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있는 임원이 없습니다. 맨날 뒤쳐지니까 하는거라고는 빨리빨리 따라하기죠. 그리고 삼성에서는 모델나와서 많이 팔리면 인정 받습니다. 안에 들어간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었냐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사실 없고 그것을 신경쓸 여유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맨날 테스트하는 사람들만 늘려서 버그 잡기만 하고 있죠. 근본적인 설계나 개발방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건드리지 못합니다.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살아남기 어렵고 적당히 똑똑하고 말잘듣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문화이기 때문에 앞으로 크게 변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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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안녕하세요. tungsten님
    삼성이 소프트웨어를 잘 못만드는 문제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큰 상관이 있는 이슈는 아니지만 문제는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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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저도 점점 나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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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안녕하세요. coderiff님
    저도 바라고는 있지만 별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은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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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콕콕 잘 찝어주셨네요 ^^
    그런데 세계 최고의 개발툴과 시스템이라고 하셨는데..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씀이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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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안녕하세요. 삼성다니시나보네요.
    좋은 회사 다니시고 계시네요. 세계 최고의 개발툴과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약간 반어법적이 표현입니다.
    삼성은 회사가 워낙 여러개가 있고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내부에 개발탐이 워낙 많아서 한꺼번에 얘기할 수는 없지만, ClearCase나 ClearQuest외에도 테스트툴, 모델링툴 등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근접하기 어려운 고가의 툴과 시스템을 많이 사용합니다. 1copy에 수천만원씩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격이 비싸다 뿐이지, 정말 SW를 개발하는데 꼭 필요한지는 다른 이슈입니다. 오히려 더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개발팀은 실제적으로는 Opensource툴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중화가되면 더 부담이죠.

    즉, 요약하면 돈은 많이 들이지만 실속은 없다.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를 도입하는 담당자입장에서야 무료 툴이나 시스템은 불안하고 무료인 경우 본인이 할일이 많아지고, 비싼 툴을 도입하며 폼도나고 지원도 잘 받을 수 있고 또 영업사원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비싼 툴들이 선호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싼 툴들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히려 별로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꼭 비싼 툴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유무료와 상관없이 자신의 회사에 알맞은 툴이 뭔지 찾아서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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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정말 동감합니다.
    저희 회사도 ClearCase와 ClearQuest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용도는 소스 저장 용도/체크아웃/체크인 밖에 없습니다.
    SVN이라도 쓰면 다른 툴들과의 연동이라도 즐길 수 있는데..ㅠㅠ
    뭘 쓰던 제대로 쓰는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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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지나가는 삼성개발자2010년 2월 5일 오후 7:02

    좋은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강력한 쓴 약도 올려주세요.

    하나의 밀알이 땅에 썩어져 많은 열매를 맺듯이...

    규현님의 좋은글이 삼성의 개발자에게도 많은 힘이 됩니다.

    삼성의 특정 사업부 대다수 개발자들은 중구난방식 개발 설계, 벼락치기 일정등으로

    매일 14시간 이상씩 주말도 없이 일하고 그나마 쉬는날도 마음편히 못쉬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 몇군데를 다녀본 1인으로서 느낀 한국의 기업문화는

    일단 일정을 최대한 당겨서 설계든 개발이든

    일단 밀어붙이고,

    각종 큰 이슈든 작은 이슈든 생기면 땜질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대 다수 높으신 분들의 생각입니다.

    큰 이슈 같은 경우, 설계 자체가 잘 못 되어서 도저히 일정이 안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개발자 이전에 한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제적 망신인

    소프트웨어 삼풍 사건이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

    (기존 어플개발도 마찬가지겠지만, 플랫폼은 특히 건물을 새로 짓듯이 거대한 일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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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지나가는 삼성개발자, too2010년 2월 8일 오전 10:31

    개발자로서 회사생활이 쉽지않은건 사실이지만..미국에서 애플, 구글, MS에 다니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도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애플은 우리나라 기업보다 더하다는 말도 많구요..더군다나 삼성이 SW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bada를 포기한다고 해서...개발자의 삶이 나아진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투자가 늘어난다는건 그만큼 개발자들의 일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뜻인데...일은 똑같이 하면서 돈은 많이 준다는 것으로 잘못생각하시는건 아닐테고 ㅎㅎ...SW의 삼풍백화점이라...참, 삼성을 너무 높게 평가해도 안되지만, 이렇게 낮게 평가하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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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매우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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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통찰력 있는 말씀입니다.

    저 역시 S 사에 있지만..
    아직 윗분들이 제조업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한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언제쯤 저희에게도 희망이 올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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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글 잘 읽었습니다.. 사장님도 잘 계시지요.. 반갑기는 한데... 내용이 가슴이 아프네요.
    담에 뵈면 많은 조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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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블로그의 아이폰에 대한 다른 글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난 아이폰의 국내 출시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이었다. SKT의 아이폰 TFT의 이름이 백설공주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통신사에게 아이폰은 먹으면 죽는 독사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다르게 생각하면 백설공주는 이 독사과를 먹었기에 왕자를 만날 수 있었다. 아마 KT에서 독사과인 줄 알면서 아이폰을 들여온 것은 바로 이런 행복한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아무튼 아이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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