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6일 금요일

평등한 토론이 SW혁신 만든다

소프트웨어에서 창의적인 혁신은 천재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러 직원들의 격 없는 평등한 토론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토론 문화 없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탄생하기는 어렵다. 이는 비단 소프트웨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흔히 회의를 하면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그래, 네가 꺼낸 아이디어니까 네가 책임지고 완료해봐”라고 시키기 일쑤다. 꺼낸 얘기에 대해서 상사에게 면박을 당하기도 하고 교장님 훈시처럼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얘기를 안하고 점차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지만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만드는 회사에서는 혁신과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사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서부터 토론 훈련이 안되어 있어서 회사에서도 토론이 어렵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런 토론 훈련 없이 직장에서 동료들과 토론을 하다 보면 권위의식을 내세워서 토론을 망치곤 한다. 

우리나라가 원래 이렇게 토론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때도 교육의 기본은 토론이었듯이 공자도 제자들과 열띤 토론을 했듯이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는 토론이 중요한 교육의 중심이었다. 우리나라에 토론이 사라지고 “상명하복”만 남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전쟁과 군사정권을 거치며 군대식 문화가 교육에도 적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열심히 외워서 시험을 잘 보면 되지 논리적으로 얘기를 해서 누구를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마음먹고 평등하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훈련이 안되어 있으면 몸에 벤 습관이 툭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문화라는 것이 누구 하나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토론 문화도 마찬가지로 한사람이 아무리 평등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자고 부르짖어도 상사 한사람이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평등한 토론을 하려면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좋은 토론 문화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남의 얘기 경청하기,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주제에 집중하기, 좋은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얘기하기, 서열과 관계없이 어떠한 얘기라도 하기 등이다.

반대로 나쁜 토론 문화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권위 내세우기, 비 논리적으로 얘기하기, 과장해서 판단을 흐리기, 잘못된 정보를 얘기하기, 남의 얘기 끊고 끼어들기, 면박주기, 무조건 딴지 걸기, 침묵하기, 화내기, 우기기, 때쓰기, 남의 얘기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기, 인식공격하기, 비방하기, 주제에서 벗어난 딴 얘기 하기, 떠넘기기다.

나쁜 토론 문화는 나도 수많은 회의에서 실제로 경험한 것들을 적은 것이며 이런 곳에서는 교장선생님 훈시 수준을 못넘는 회의를 하며 혁신은 꿈도 꾸지 못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든다. 

사장과 말단 개발자가 격이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그 속에서 혁신이 튀어 나오는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를 어떻게 따라 할 수 있을까? 어려서부터 토론을 훈련 받은 그들을 어떻게 따라 할 수 있을까? 서열과 권위의식이 별로 없는 환경에서 평등하게 하는 토론을 어떻게 따라 할 수 있을까? 

뾰족한 수는 없고 권위의식을 버리고 서열문화를 버리고 평등한 토론을 훈련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평등한 토론 문화를 위해서 모든 직원의 직급을 없애고 영어 이름을 부르는 회사가 있다. 사장이 스스로 나서서 권위의식을 없애고 평등한 토론문화를 만들어 가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의 토론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반말하는 사람 없이 서로 존칭을 하며 직급 없이 이름을 부른다. 일단 외형적으로 평등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내용적으로도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지며 좋은 토론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쁜 토론 문화는 보이는대로 제거하기 위해서 애쓴다. 

이는 평등한 토론 문화가 중요하다는 회사의 경영자들의 생각과 의지에서 비롯된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혁신 없이는 도태된다. 모든 직원들의 창의력을 밑바닥에서부터 끌어낼 때 혁신이 나올 수 있다. 토론 문화는 상명하복이 완전히 고착된 우리나라 큰 기업들이 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이기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반짝 이길 수는 있어도 직원들이 불행하게 일하면 지속적으로 이기기는 어렵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면서도 혁신과 성장을 하려면 평등한 토론 문화가 꼭 필요하다. 

이글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댓글 3개:

  1. 그 좋은 문화의 회사 중 하나가 카카오 맞죠? ^^

    답글삭제
  2. 안녕하세요. Benjamin님
    오랫만이네요.

    요즘 젊은 회사 중에서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종종 눈에 띄더군요. ^^

    답글삭제
  3. "권의의식을 버리고 서열문화를 버리고 평등한 토론을 훈련하는 수 밖에 없다"라는 말씀에 깊은 반성을 해 봅니다. 안랩을 떠나 지금의 다니는 회사에 온지도 만 7년이 되어 갑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수치상으로는 많은 발전과 성과가 있었으나, 시간이 갈 수록 부족함을 느낄때가 더 많아지네요. 좋은 글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답글삭제